책중간정리
숨
하나하나가 제대로 잡고 얘기해보면 몇 시간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단편들.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됨으로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설정을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과 ‘우리가 해야 할 일’ 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데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게 신기했다. 전자는 아라비안 나이트 같이 동화적이고 따스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후자는 지구 멸망의 날을 예고하는 것 같은 장중하고 절망적인 어조라.. 사실 저 설정 자체도 계속 알쏭달쏭한데 (납득이 가는 거 같기도 하고 논리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읽고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독서모임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옴파로스’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신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이 문구부터 태클을 마구 걸고 싶지만 일단 넘어가서- ) 분명하게 존재해서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세계에서, ‘신이 사람을 굽어살펴주고 있다’는 명제가 거짓임이 과학으로 증명되어(!) 사람들이 절망하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종교도 ‘신이 사람을 굽어살펴주고 있다’라는 공리를 가지는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독서모임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예전에 교회를 다니셨던 분이 기독교의 공리는 ‘신이 우리를 굽어살핀다’가 아니라 ‘우리는 그 분의 피조물이고 종이다’ 라고 하셔서 벙찜.. 기독교에 의하면 우리가 천국을 갈지 지옥을 갈지는 믿음과 별개로 이미 결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저 그 분의 뜻을 따를 뿐이라고. 신인데 왜 이렇게 무자비해..
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
이런 책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건 나의 천성이고 한계.. 이전에 읽었던 ‘이미지의 제국’보다는 훨씬 더 쉽게 읽히는 서브컬처론 개요에 가까운 책이었다. 특히 전후 일본 사회를 지배하던 심리와 서브컬처가 엮이는 지점은 보고 또 봐도 흥미진진.
건담 시리즈가 언급될 때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해서 이쯤 되면 건담도 한 번 볼 때가 됐다 싶은데, 이런 식으로 만든 ‘봐야지 목록’에 벌써 몇십개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쌓여있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도 못 볼 듯..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왜 이런 류의 입문서는 일역서가 많을까. 보통 ‘쉽게 읽기’ 라고 쓰여있는 책은 쉽게 배신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배신하지 않았다.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쓰여있었다. 라캉 전까지는.
레비스트로스 까지만 해도, 사회 - 친족관계 - 근친상간 - 여자의 교환 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이 대단히 충격적이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라캉은.. 책 앞에서 자꾸 ‘네?’ 를 하게 된다. 라캉을 이해해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장벽 너무 높다.
하지만 애써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