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일본 교육제도에서는 시험제도라는 절박한 상황이 지식의 기회를 거의 전면적으로 규정한다. 일본의 시험제도는 일본 후기자본주의의 완벽한 상징이다. 일괄작업대라는 기구는 어린아이들을 일류 유치원에서 일류 직장까지 연결해주는 제도에 대한 기계적인 비유이다. 그 움직임은 근본적인 기반을 전혀 가지지 않으며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진보라는 실제의 불안성을 안전성이라는 환상으로 가장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아사다 아키라의 구조와 권력. 개인적이고 논쟁적인 서문과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최종도표. 그렇다면 본문의 매력은 무엇인가 - 그것이 지닌 대중적인 매력의 대부분은 그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러나 단순히 어려움 그 자체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려움은 책 서문 또는 후기의 진술이 지닌 해방의 수사법과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젊음과 활력, 저자의 신비에 묶여 있는 어려움과 연결되어 있다.
요절할 운명의 피아노 신동. 그는 결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으며 오직 서서 손에 잡히는대로 읽기만 한다. 이런 전설적인 면들로 인해 덧붙여지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천재의 신화이다. 천재는 노력하지 않고도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자이며 노동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지니는 자이다. 천재는 책을 읽을 필요도, 소유할 필요도 없다. ㅡ 천재는 포스트모던한 지식인에 대한 완벽한 은유이며 현대 일본 학생대중에 대한 완전한 안티테제이다.
“만약 당신이 그 신호를 감지하고 그 책을 취한다면 이미 그것을 읽은 것과 같다. 나는 그것을 베개 밑에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ㅡ 책은 욕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런 욕구의 대상은 정확히 심미적 대상으로서의 상품의 그것이다. 상품미학. 상품이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추파를 던진다. ㅡ 사용가치 (지식의 기능적 역할)을 넘어서서 유희로서의 욕구를 해방.
초(meta)대중 시대에서는 정보 제조자와 정보 수혜자, 지식인과 대중을 대립시켰던 도식이 더 이상 아무 쓸모가 없으며 그 주도권은 상류에서 하류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의사소통의 양상 역시 변형된다. 지식을 향한 새롭고 가벼운 접근법이 의사소통을 중개한다. 의사소통은 대인 간의 깊이있는 관련성을 유지하고자 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분산 그 자체의 상황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ㅡ 초대중은 오눌날 일본문화가 더 이상 과거의 수직적 분열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지배문화와 하위문화의 구별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위계적인 문화 모델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으며 대신 오늘날의 문화는 문화 양식들의 모자이크이다.
지식인을 구별하는 기준도 달라짐. 유명 백화점의 광고 카피를 쓴 사람. 우리가 통상 미디어로 생각했던 것들은 그 역할을 상실하고 이런 사람이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