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모르겠지
지난 주에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나 자신에 대해 여러 사람과 무난하게 어울리지 못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분위기를 해친 것 같지도 않고, 워크샵 준비 위원회로서 해야 할 일도 다 성실하게 수행한 거 같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이만하면 잘 해낸 것 같지? 그렇게 생각하며 집에 돌아온 후 주말 내내 뻗어 있었다. 그리고 좀 울었다. 내가 내 단점이라고 생각해온 부분을 개선시키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서 서러웠던 걸까.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기분은 좀 나아졌는데 여전히 내가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왜 지친 건지도, 뭘 어쩌고 싶은 건지도.
여행을 가고 싶다. 그렇지만 가고 싶은 장소가 딱히 있는 건 아니다. 페소아의 고향 리스본에는 한번쯤 가보고 싶다. 그렇지만 포르투갈을 혼자 여행갈 자신은 없다. 동행을 구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다. 사실 페소아는 여행을 아주 쓸모 없는 활동이라고 일축했다. 리스본 정도는 미지의 세계로 남겨둬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역시 그렇게까지 가고 싶은 건 아닌 것이다. 나는 어떠한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감각을 갖고 싶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게 아니다, 남들과 방향이 다를 뿐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기합리화할 수 있는 감각.
실제로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으나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무언가는 무서운 판타지가 된다. 여행객들에게도 파리지앵들에게도 파리의 낭만은 형체가 분명하지 않다. 사르트르가 즐겨 찾았다는 전설의 카페드플로르는 분명 거기 있으나 더는 그때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파리를 그토록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일까?
설령 형체가 분명치 않다고 해도 싸구려 낭만에 기대 환상의 나라라도 꿈꾸지 않으면 더 슬픈 날이 있다. 크로와상, 와인과 치즈, 생제르망데프레 같은 단어를 그러모아 꼭 안고 자고 싶은. 그런데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환상의 직장인 라이프를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속이 울렁인다.
이 글은 소설이 아니다. 그러니 허구를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 나는 결국 솔직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어느 귀퉁이, 수려하지 못한 문장 하나에, 투박하고 멋없는 진심 하나를 숨겨 놓을 테다. 술래 없는 숨바꼭질을 혼자 하면서 언제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아니, 들키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행여나 누군가 진짜 나를 찾아줄까 가만히 머리카락을 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