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기
요즈음의 매일매일은 똑같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한지 한 달이나 됐고, 코로나19가 이만큼 심각해지기 전에 엄마와 싸우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은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독서 모임도 당연히 연이어 취소됐고 2-3월에 걸쳐 합정에서 들었던 스윙 댄스 수업도 4월엔 연장하지 못했다. 근처에 - 일단 시 단위는 벗어나야 하지만 - 사는 친구와 간만에 시간이 맞아서 같이 밥을 먹거나 하기 전엔 누굴 만날 일이 없다. 나는 일주일 내내, 장을 보고 분리수거 하는 몇 분과 상담을 받는 한 시간 남짓을 제외하면 7평짜리 오피스텔에 하루종일 앉아있는다.
하루종일 방에 혼자 있는 건 좀 외롭다. ‘그래도 남들에 비하면 잘 버티는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게 해주는 회사라 다행이지’ 등 이런저런 말은 덧붙이지만, 결과적으로 외롭다는 사실은 증발하지 않는다.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 요 근래는 꾸준히 하지 않았던 날들이 더 많지만 그런 건 잊어버릴 것이다. 책도 꾸준히 읽는다. 이것 역시 읽지 않았던 날이 많지만, 어떤 날은 읽기도 했음을 열심히 기억하며 나를 칭찬해줘야 그 다음에도 읽겠지. 헛소리다. 그냥 꾸준히 읽는다는 거짓말이 하고 싶었다.
매일매일 양가적인 감정에 시달린다. 트위터를 켜면 제발 밖에 나가지 말라고, 이 사태의 종식을 위해 자기 몸을 갈아넣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집에 있으라고 울부짖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7평짜리 방에 사흘째 앉아있다보면 정신마저 이대로 썩어들어갈 것 같고 바깥 공기와 산책이 필요하다. 죄책감과 반항심을 동시에 느낀다. 무엇보다도 죄책감을 앞세운 설득은 나에게 트리거나 마찬가지다. 난 아직 그런 감정적 호소에 맞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상담 센터를 갈 때마다 일조량을 챙기라는 잔소리를 듣고 온다. 그래서 4월의 일간 목표에 일조량 챙기기를 넣었다. 으레 그렇듯, 목표를 처음 세우고 3일간은 잘 지켰고 그 이후론 잘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 쉬운 목표도 난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학을 했다. 이러려고 세운 목표가 아니었을텐데. 처음부터 ‘목표’라는 구체적인 표지판을 세우지 않는 게 좋았을까?
선생님은 나에게 늘 왜 그렇게 자신에게 박하냐고 말했다. 좀 더 너그러워도 된다고. 나는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럼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3일째에 짜파게티가 먹고 싶을 때 끓여먹어도 된다는 건가요 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대체 안 될 게 뭐냐고 대답했다. 그래서 해봤다. 내가 세운 월간 목표를 내려두고, 맛있는 걸 먹고 게임을 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데에 시간을 보내봤다. 확실히 배가 따시고 (점점 불러오고)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재밌다. 근데 그래서 내가 더 즐거웠냐 하면 역시 잘 모르겠다. 나와 선생님의 대화는 어디에서 엇나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