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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뉴스로 마음이 심란했다.
사실 더 심란해야 했던 거 아닐까 싶지만 이제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너무 익숙하다.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고 1년 이상 지낸 적이.. 없는 거 같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 안에서 누군가가, 직장을 다닐 땐 직장 안의 누군가가. 오전에 이미 그 뉴스가 떴고 몇몇 카톡방에서 이야기가 오갔다. 이 뉴스 봤어요? 네이버 다니시는 분들 뭐 아는 거 없어요? 어휴 어쩌다… 그냥 차라리 깽판을 치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멘탈이 참 약한 거 같애. 우리 때는 누가 함부로 대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그런 말들. 잡아챌 수도 없게 공기 속에 동동 떠다니는 잔인함들.
그와중에 더 슬픈 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나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너는 별 일 없지? 하고 묻는다. 당신이 생각없이 몇 마디 내뱉지만 않았어도 별 일 없었을 텐데 이제 별 일 있네요.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그냥 슬프다. 너무 익숙해서 슬프고, 어느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겼음에도 내가 걱정하는 건 나 자신이라서 슬프고, 주위 사람들이 다른 것도 아닌 자살 사건으로 나를 걱정한다는 게 슬프다. 난 정말 그 키워드와 관련해서는 다른 누구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데. 여러분 저는 자살하지 않을 거에요. 쓰고 나니 너무 기괴한 문장이지만 정말로 이런 걱정을 받기 싫다.
대기업의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며 혀를 쯧쯧 차는 사람들도 나는 왜 아니꼽게 보일까. 절대 회사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이걸 비평의 잣대로 볼 수 있는 그 시선이 좀 아프다.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면 보나마나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었겠죠 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는 잔인함. 역시 대기업 언젠가 일 터질 줄 알았다고 말하는 잔인함. 완전히 제3자로 스탠스를 잡고, 자신이 평소에 갖고 있었던 생각의 근거로 이 일을 인용하는 사람들.
모르겠다. 그럴 줄 몰랐던 영화 <노매드랜드> 에서 자살 유가족이 등장했기 때문일까? 샤이니 옛날 영상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오늘 저녁 6시에 있었던, 제 3회 빛이나 예술제를 본 탓일까? 쉬지 않고 이 생각을 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방금은 태민이에게 올해 마지막 버블 메시지가 왔다. 머리 빡빡 민 사진과 함께. 사랑의 마음을 담아 아주 기나긴 버블 메세지를 보내면서도 생각했다. 절대 너에게 건네선 안 될 말이 있는데, 사실 나는 너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아주 많이 한다고. 어쩌면 나의 경험과 너의 경험은 거리가 아주 멀어서 서로에게 위로받긴커녕 절망만 체감하고 대화가 끝날지도 모르지만. 이건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똑똑, 거기 계세요? 하고 문을 두드려서 네 똑똑. 저 여기 있어요. 를 확인 받는 딱 그 정도의 소통이 하고 싶어.노매드랜드>
그냥 쓰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