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나는 결국 iOS 개발 서브파트 리더를 맡게 됐다. 조직도에 리더로 표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가권이 주어지는 직책이라 하는 일의 성격도 역할도 조금씩 달라질 예정이다. 이렇게 될걸 한달쯤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주에 최종통보를 받은 건 그저 확인도장 땅땅을 찍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은 참 진정되질 않는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5년차면 사실 어지간한 조직에선 막내 할만한 짬인데 이게 이렇게 굴러가기도 하네 싶어 현타가 왔다가, 그래도 맡은 이상 잘하는게 좋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잘해봐야지 다짐도 했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의식 과잉에 빠져서 헛발질 하면 그것만큼 흉한게 없는데 싶다가, 내 조직에 속할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럭저럭 괜찮게 볼까 아님 어휴 정말 한숨만 나온다고 생각할까 등의 나만 상처받고 답도 안나오는 고민도 했다가⋯.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했는데 혼자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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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방통대 2학기 수강신청이 있었다. 수강신청을 하는 순간은 늘 즐겁다. 그건 방통대 이전에 대학 다닐때도 그랬지. 그렇지만 이번엔 1학기보다 더 많이 걱정된다. 회사는 대체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바쁜 편이고, 직책이 생기는만큼 더 바빠질 예정이고, 사실 회사 일 관련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들도 좀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 방통대 공부를 더 재밌어하니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돌파구로 방통대를 시작했고 그런 면에선 꽤 성공적이었지만 주객전도가 되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1학기에도 있었다. 회사 일이 하기 싫고 모든게 귀찮고 그 결과 불성실해졌을 때, 그런데 그런 불성실한 나를 인정하는 것도 쪽팔리고 싫을 때 독서나 방통대 수업 같이 ‘건전해 보이지만’ 결국 내 본연의 역할이 아닌 것들로 도망쳐 버리는 것이다.

​불성실한 나보다 어떻게든 성실하게 살고 있는 척 나 자신을 속이고 싶어하는 내가 더 부끄럽다. 내가 못난 사람이 됐을 땐 아이구 못났다, 하고 털어버리는 게 좋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싫든 좋든 내가 사회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은 군말없이 하는 것이 어른일 텐데 나는 토이저러스 CM 송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