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관기피
넷플릭스 드라마 숏츠로 가득 채워진 유튜브 시청 기록을 한번 정리하고 예전에 좋아요를 눌러 뒀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데 문득 곡 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haruka nakamura 라는 뮤지션의 better days 라는 곡이었다. 처음 들을 땐 잘 모르고 지나쳤는데 다시 들으니 어쩐지 포근하고 위안이 되는 느낌이라 혹시 이 곡이 들어간 시디를 살 수 있을까 검색을 해 봤고, 그 결과 ‘수관기피’라는 웹사이트로 연결이 됐다.
시디와 바이닐, 책, 오브제 등을 판매하고 있길래 처음엔 막연하게 유어마인드 같은 곳인가보다 했다. 독립출판사 또한 독립서점이겠거니. 재밌는 거 많이 건져갈 수 있겠네. 하지만 판매 중인 시디 소개글을 하나씩 눌러보고 소개 밑에 첨부된 유튜브 음원도 직접 들어보면서 점점 할말을 잃었다. 큐레이션이 정말 치밀하다. 어디서 이런 뮤지션들을 발굴해서 한곳에 모아두신 건지는 몰라도, ‘일상의 BGM 같은 정밀한 음반을 선별하여 음악가(나무)가 모여 상생하는 숲을 만듭니다.’ 라는 웹사이트 소개글이 더없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이대로 컴필레이션 앨범이 만들어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덕분에 오늘 멋진 뮤지션들을 많이 찾았는데 그 중 지금 듣고 있는 건 권월의 『은모래해변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방향키 없이 음악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인데 간만에 17분짜리 음원을 단 한 번의 건너뛰기 없이 들었다. 가장 심란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안식처가 되어준 남해군 상주면의 풍경을 음악으로 담았다는 설명도 눈길을 끌고,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나 또한 가장 필요했던 안식처에 온 기분이 들어서 추천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
더불어 이 웹사이트를 찾게 된 최초의 계기였던 haruka nakamura 의 음악도 열심히 들어볼 것 같다. 오늘 여러 번 반복재생했던 곡은 여성 성가대 CANTUS와 함께한 『빛』이라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