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oville Studio
100 Slaps: The Breaking News The Games Industry Ignored in 2024
Brandoville studio 라는 게임 스튜디오가 있었다. 유명한 triple A 게임들(라스트 오브 어스,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 기어스 오브 워 4,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 등등)의 제작에도 대거 참여했지만 대중에게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이곳이 자카르타를 거점으로 하는 외주 업체기 때문이다. 이런 외주 업체는 너티독이나 더 코얼리션 같은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아트 에셋 등을 제작한다. 똑같이 에셋을 만드는 아티스트여도 밴쿠버에서 고용하는 것보다 쿠알라움푸르에서 고용하는 게 훨씬 더 저렴하기 때문에 ‘동남아에 외주 주기’는 게임 업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채택하는 아주 보편적인 전략이 됐다. 한때 크런치 문화, 위에서 요구하는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야근하고 스튜디오에서 쪽잠을 자며 아득바득 해내는 문화는 게임 업계의 어쩔 수 없는 애환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영상에서 나온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크런치는 점점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1세계 게임 스튜디오들은 이제 동남아에서 크런치를 ‘사 온다’. 그렇게 된 지가 벌써 몇 년 되었다.
그러나 작년 9월에 Brandoville studio 에서 공론화된 사건은 고작 애환 정도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스튜디오는 재정난으로 인해 7월에 문을 닫았고, 직원들은 그제야 자신이 자유로워졌다고 느껴 고발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스튜디오의 CEO 였던 Ken Lai 와 그의 아내이자 회사의 실질적 결정권자였던 Cherry Lai 가 몇 년에 걸쳐 직원들에게 저질러 온 폭력은 5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꽉 채우고도 남는다. 있었던 피해 사실을 여기서 줄줄이 나열하진 않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Christa Sydney 가 영상에서 직접 인터뷰를 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영상을 봐 줬으면 좋겠다. 다만 신체적/심리적 폭력의 수위가 매우 심각하므로 이런 부분에 취약한 사람은 반드시 유의할 것.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까 싶은 수준은 진작에 뛰어넘었고, 영상 말미에서도 언급하다시피 이 이슈의 주요 쟁점은 Ken Lai 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Cherry Lai 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느냐에 있지 않다. 문제는 이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 있었는데 왜 우린 이 얘기를 오늘 처음 들어보냐는 거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것이 파리나 도쿄가 아니라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triple A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외주에 기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고, 외주 업체 직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되었건 간에 그들은 이 게임의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납작하게 말해, 이 주제에 대해 말하기가 불편한 거다. 일정에 맞추기 위한 과도한 업무량은 물론 커리어에 별 도움 안 되는 반복 작업도 전부 저소득 국가에 외주 줘서 해결했는데, 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일하기 복잡해지니까 주목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건은 동남아 게임 업계 안에서만 이슈가 됐을 뿐 이전에 Brandoville studio 와 작업을 했던 어떤 triple A 게임 개발사도 여기에 말을 얹지 않았다. 이다음에 이어져야 할, 외주 업체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근로 조건에 대한 더 넓은 논의로는 아예 건너가지도 못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너무 끔찍해서 입을 다물 수 없었고, 우리 회사 역시 동남아 외주 업체에 일부 기능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도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 느껴 이 글을 남겼다. 아직 한국어로 브랜도빌 스튜디오를 검색했을 땐 기사다운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게임 언론지에서 크게 다루고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분개해야 할 이슈가 아닐까. 내가 게임을 애정하는 만큼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과 만들어진 과정에도 오로지 치열함과 긍지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