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왓챠 구독하고 처음으로 본 작품. 예상평점이 1점대로 나오길래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혼란스러웠는데, 왓챠가 나의 추리물 취향을 잘 몰랐던 거 같다. 초등학생 땐 셜록 홈즈를 좋아했고 중-고등학교 땐 히가시노 게이고를 탐독했던 사람에게 매우 적절한 영화였다.

미나리

이게 당사자의 자기재현이라면 당사자 아닌 내가 함부로 말 얹을 수는 없지만, 솔직히 내 땅 갖고 농사 짓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고 고집 피우는 남성 캐릭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가정의 유지를 위해 이리저리 갈려나간 여성 인물들이 마지막 씬에선 자취를 감춘 것도 충격이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니까, 자기가 어렸을 때 갖고 있던 좁은 시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건가 싶다가도.. 아니 근데 마무리를 이렇게 한다고? 할머니는? 할머니는!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던 영화.

소울

“인사이드 아웃” 만큼 강렬하진 않았다. 재즈 음악이 듣기 좋았고, 선과 면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은 예뻤지만 내용 전개는 꼭 마음수련 캠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컨텐츠는 별다른 의도를 하지 않았는데 관객인 내가 힐링을 받는 것과, 컨텐츠가 처음부터 짜잔 우리는 너의 마음을 치료해 줄거란다 못박고 시작하는 것의 차이일까.

화양연화

왕가위 영화를 올해 처음으로 봤다. 애틋하고 아련한 로맨스에 영 흥미가 없는지라 두 배우의 미모 감상만 실컷했다. 내가 화양연화를 본다고 하자 친구 한 명이 양조위는 걷는 것만 봐도 섹시하다고 했다. 그래서 양조위가 걷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유심히 들여다 봤지만 잘 알 수 없었다. 난 오히려 장만옥의 치파오가 더 인상적이었다. 장만옥은 귀여운 치파오를 입으면 치명적으로 귀엽고, 우아한 치파오를 입으면 치명적으로 우아하더라. 양조위는.. 만두 먹방을 잘한다. 영화 보고 집에 와서 만두 쪄먹었다.

해피 투게더

상영관람가가 15세 이상이길래 섹스신이 안 나오는 줄 알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일부러 15금인 작품으로 고른 건데 이러기 있냐구요. 역시나 애달프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는 뜬구름처럼 지나갔고 둘이 사이좋게 밥먹던 장면만 기억에 남았다. 국수 맛있겠다…

미쓰백

“말과활 아카데미” 비평 강좌에서 1주차에 다룬 게 이 영화였다. 보는 내내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라 경악했다. 영화가 일부러 주인공을 계속 극단적인 선택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느꼈고, 그렇게 몰리고 몰린 끝에 (자기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아이를 구해주는 결말이라면 이건 약자 간의 연대가 아니라 자기연민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가 주인공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정말 오마이갓… 사실 저 아이는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환상이고 주인공은 심적으로 구원받고픈 나머지 아이라는 가상인물을 만들어낸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