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클럽

저 포스터는 거의 사기다. 포스터만 보고 비 오는 날 즐겁게 댄스 한 판 하고 합창하는 영화인줄 알고 갔는데.. (그런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봉이 2024년으로 잡혀 있지만 이 영화가 2024년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제작은 1985년. 그런데 한국에 정식 수입된 적이 한번도 없어서 국내 개봉을 2024년에 하게 된 케이스다. 어쩐지 영화 시작했는데 도저히 현대 영화의 화질이라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져서 처음에 어리둥절했다. 의도된 연출인가 하고..

호불호를 말하라면 호긴 했다. 이 장면을 이런 구도로 찍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 특이하고 재밌는 숏이 많고 캐릭터들도 입체적이다. 하지만 어디 가서 남한테 이 영화 재밌다고 추천하기엔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청춘을 위태롭고 파괴적인 뉘앙스로 다루는 영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어디 가서 지지 않을 폭력성을 자랑한다. 강간을 표현하거나 그걸 연상시키는 장면이 영화 내에 1분 이상 등장할 땐 아무래도 힘이 든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나도 이제 누가 매드맥스로 농담을 하면 알아먹을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과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그렇게나 뜨거웠을 때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건 원래 액션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 영화 개봉했던 시기에 누가 나를 억지로 끌고 영화관에 앉혀놨다 해도 10점 만점에 10점을 줬을지는 잘 모르겠다. 2015년의 취향에는 더더욱 안 맞았지 싶다. 하지만 2024년의 취향에 분노의 도로는 아주 재밌었다. 근데 그게 어떤 재미냐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없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만 있을 때가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퓨리오사 사가가 별로였던 건 아나다. 멋있고 장난 아니고 최고였다. 하지만 퓨리오사 사가를 보고 분노의 도로를 본 결과, ‘사람들이 왜 퓨리오사 사가를 원했는지는 알겠으나 난 퓨리오사 캐릭터의 해설지를 갖고 싶진 않았던 거 같아’ 로 결론이 났다. 퓨리오사 사가는 다분히 2024년 트렌드에 맞춰진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뭐랄까. 빈 구멍 없이 완벽하게 파악됐을 때의 쾌감도 물론 좋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그런 구멍을 다 메우지 않는 영화라서 좋았던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